1화 – 알에서 깨어난 비둘기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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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안드라스

 

강한 생명체라도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한 땅을 걸어 다니는 안드라스는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100년 전 마법사들은 최악의 위기를 직면하게 되는데, 타락한 마법사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잔인한 힘을 행사한 이가 있었으니 그(그녀)가 바로 ‘이브’다. 수많은 인간들의 죽음, 왕가들의 분열은 세상의 멸망 직전까지 불러오게 했다. 결국 신의 계시로 천사들까지 전쟁에 참여하였지만, 전쟁의 끝은 차마 보이질 않았다. 사탄들의 힘은 천사들이 막았다 하더라도 이브의 힘을 멈추기가 힘들었다. 천사들의 선택으로 최초로 7인 기사대가 만들어졌고 왕족이 아니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방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아나토스 가문의 소녀와 얼음의일족인 안티스가문의 활약과 7인 기사대의 힘으로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이곳에 봉인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안드라스는 정말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전잰 이후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새삼스레 놀라웠다. 그러나 그녀는 무슨 이유인지 기쁘지 않았다. 이 시대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단순히 전설로 치부하겠지만 그녀 또한 잔인한 동화책에서나 흘러나오는 이야기 같았다. 언제나 이야기의 끝은 행복하게 살았다고 마무리가 된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다고..

 

“죄송합니다.”

 

따라오던 병사가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아는 듯 불안해하였다. 안드라스는 그 보다 성만 한 해골의 크기가 더 관심이 갔다. 그녀는 병사에게 사과를 준비하라 하였다.

 

“이브는 아담의 여자이자 인류 최초의 여자야, 소문으론 정체가 할머니였다거나 아니면 한쪽 얼굴이 탄 무서운 중년 남자라고 하던데 왜 다 늙은 나이로 추정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왜? 어린 여자 꼬맹이일 수도 있잖아?”

 

안드라스는 혼잣말을 한거지만 병사는 알맞은 답변을 생각하기 위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한심한 모습이 역겨웠다.

 

“됐다. 그만하자.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대의 이야기인데 너랑은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

 

“죄… 죄송합니다..”

 

안드라스는 말단이었던 적이 없다. 그녀는 늘 언제나 위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맨 아래에 있는 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리야 없는 법이었다. 백성들은 안드라스를 잔인한 여자라고 욕하는 것도 말단들을 개보다 못한 취급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아래에서 몸을 굽히며 사는 자들은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한심한 존재로 여겨졌다.

 

“이제부턴 조심히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브가 봉인되었던 자리니 주위 곳곳에 음기가 가득 차 있다. 몸을 봉인하고 들어가도록.”

 

그녀는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봉인을 하면서 병사에게 말하였다.

 

“본부대로 따르겠습니다.”

 

안드라스와 병사는 준비를 다 하고 바로 앞에 마차만 한 보라색 빛이 나는 봉인 석을 바라보았다. 병사는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에 실로 감탄을 멈추지 못하고 그녀 또한 언제나 놀라운 빛이었다. 정말로 사탄의 힘을 받은 마녀의 봉인 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와… 정말로 이게 이브의 봉인석입니까? 타소스에 있는 보석들보다 이게 더 아름다워요.”

 

“이건 보석이 아니다. 마녀가 모든 힘과 봉인이 되던 힘이 서로 마찰하여 생긴 빛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처음 볼 때 보석이라고 생각하지 나 또한 그랬으니깐.”

 

안드라스는 이브의 봉인 석이 황홀하게 빛나는 모습이 싫었다. 그녀가 원했던 모습은 사지가 온 사방으로 흩어지는 장면을 원했다. 지금이라도 그러고 싶었다.

 

“웃기지 않아요? 사람들에게는 학살자라고 욕을 먹었지만, 최후의 모습은 어떤 존재보다도 아름다운 게..”

 

“그만 나불대거라, 일개 병사 따위가.”

 

“제.. 제가 실언을 범했습니다. 죽여주십시오.”

 

병사는 몸을 떨며 안드라스에게 무릎을 꿇렸다. 그녀는 그의 입이 싫은 게 아니였다. 얼른 빨리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일어나거라.”

 

안드라스는 조심스럽게 일어나는 병사를 보지도 않은 채 계속 빛나는 봉인 석 쪽으로 가깝스레 다가갔다. 보라색 빛이 너무 진했던 탓인가 이브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언제나 매년 한 번씩 봉인할 때마다 어떻게 봉인되어있는지는 알수 없었다. 그녀는 이브의 힘은 봉인이 되었어도 분명 귀는 열려있을 거라 생각했다. 여왕은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안에서 극도의 분노가 느껴지는 것을.

 

“뭘 그렇게 가만히 있는 것이냐.”

 

병사는 몸을 부르르 떨며 온몸에서는 땀이 흘러나왔다. 안드라스는 긴장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젊고 힘 있는 얼굴이었다.

 

“긴장하는 거냐.”

 

“정말로 우리 가족들은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줄 것이죠? 그 약속을 믿어도 되는 거겠죠?”

 

병사는 서 있던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인지 아니면 확인하려는 건지 안드라스에게 무릎을 꿇으며 강아지처럼 쳐다보았다. 그녀는 언제나 아랫것들을 무시하고 살았지만 죽음 앞에 직면한 인간에게는 비록 노예일지라도 아픈 맘이 들었고 동정심을 느꼈다.

 

그녀는 병사의 어깨를 다독여 주며 입을 열었다.

 

“지금껏 봉인을 위해 희생된 병사들의 가족들이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준 사람은 폐하시다. 너도 그걸 봐왔지 않았느냐? 걱정하지 말아라. 가족들은 분명 나은 삶을 살게 될 거야.”

 

“감사합니다.. 그 말을 믿도록 하겠습니다..”

 

병사는 눈물을 흘리며 준비가 다 되었다는 듯 몸을 펴나갔다. 안드라스는 그의 운명이 비참하다고 느꼈다. 죽음은 어떠한 고통보다도 더 괴로운 고통이니깐 그녀는 그가 앞으로 느낄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정심도 느끼고 측은했다. 그렇다고 해서 남겨질 가족들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은 아니였다.

 

 

by딘 라조스

 

‘실렌시오..실렌시오..실렌시오..’

 

형체를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황홀한 빛을 뿜어내는 생명체가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실렌시오라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반복해서 하였다. 그때 썩어버린 사과가 중심을 가로저었을 때 사방에서는 알 수 없는 짐승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분명 짐승이었는데 알 수 없는 생명체였다.

 

‘실렌시오..실렌시오..’

 

중심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사방에 짐승들이 나타나 단 한 개뿐인 사과를 먹기 위해 서로를 뜯어 먹고 있었다. 딘은 피 튀기는 모습이 잔인해 보기가 싫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단 순간 인간을 형체로 한 모습이 보였다.

 

‘부정해봐야 소용없어. 우린 연결되어있는걸.’

 

딘은 마치 그립고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범한 마법 학생인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넌 누구지? 왜 맨날 나타나는 거야!?’

 

그는 알 수 없지만 들렸던 목소리의 위치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딘의 목소리만 울려 퍼질 뿐 뒤에 들려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라버니.”

 

여동생 목소리가 들리자 의문의 장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질 때 딘 또한 다른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일순간 여동생의 얼굴이 보이자 그는 꿈이란 걸 깨달았다.

 

“꿈..꿈이었구나..”

 

그는 심호흡하며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손으로 이리저리 닦았다. 아버지가 여동생과 딘 그리고 어머니를 버리고 떠났을 때부터 계속 꿔왔던 꿈으로 딘은 언제나 힘들어했다. 그래서 그는 잠자리를 가장 싫어했고 몇 년 동안 꿔와도 적응할 수 없었다.

 

여동생은 언제나 그렇듯 물에 묻힌 수건으로 흥건히 젖어있는 딘의 얼굴과 몸통을 닦아주었다. 그는 자신 때문에 날마다 힘들어하는 클리타에게 너무 미안했다.

 

“미안해, 그렇지만 꿈을 꾸지 않으려고 해봐도 마음대로 안 되는걸.”

 

그는 클리타에게 사과를 하면서도 자신도 불쌍하다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였다. 비록 여동생에게는 미안했지만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딘은 클리타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빠가 꾸는 꿈은 맨날 설명을 들어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딘은 클리타의 태도에 조금 서운했다.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작 유일한 혈육이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이 서러웠다.

 

“너도 겪으면 알게 되겠지.”

 

“아 맞다 오라버니 어제 새벽에 루에리 오빠가 급히 떠나셨어요.”

 

클리타는 딘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급하듯 자신이 해야 하는 말을 하였다. 그는 루에리가 떠났다는 소식에 놀라 닦고 있던 수건을 떨어뜨렸다.

 

“왜 날 깨우지 않은 거야, 작별인사라도 해줘야 하는 게 예의라고.”

 

딘은 루에리의 행동을 이해했지만 그래도 마음속의 어딘가가 섭섭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에게 루에리는 의형제를 맺은 사이로 목숨보다 더 귀한 친구이자 형이었다. 그렇기에 딘은 떠나는 형이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떠난 게 서운했다.

 

“어차피 줘봤자 루에리 오빠는 받지 않는데 굳이 뭘 줘요? 안 그래도 가난한데.”

 

클리타는 떨어뜨린 수건을 다시 주우며 투정 대듯이 말하였다.

 

“하여튼 오라버니는 너무 소심해서 탈이에요. 백성을 지키는 마검사가 되려면 고민이 많으면 안 된다는 걸 몰라요?”

 

“누가 내가 마검사가 된다고 하니? 난 그냥 평범한 마법사가 되어서 가정을 이룰 거야, 그게 내 꿈이라고.”

 

딘은 클리타의 말을 수긍하였지만 언제나 미래에 관련된 말은 조목조목 반박을 하였다. 그만큼 아버지가 있었던 시절에는 명문가였지만 이제는 가문의 명예마저 잃어버린 듣보잡이 되고말았다. 클리타는 가문을 일으켜 세우려는 야망이 있었지만 딘은 그저 평범한 마법사가 되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게 꿈이었다.

 

“평범한 마법사가 명예를 줘요, 돈을 줘요? 남들처럼 살아가는 건 지루한 인생이에요.”

 

클리타는 딘의 머리를 정돈하며 답답하다는 듯 말을 하였다. 그는 클리타의 행동이 이해가 갔지만, 그녀의 말에는 공감하지는 못하였다.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의 삶을 지루한 인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왕이나 귀족보다 더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행복한 게 아니에요. 누구나 우러러보는 자리에 오르면 명예를 가지 게되요 그게 진정한 행복이에요.”

 

“명예? 그걸 추구하는 자는 가족들의 목숨까지 잃게 만들지. 난 그런 자가 되기 싫어”

 

딘의 말에 클리타는 행동이 멈추었다. 그와 같이 그녀에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