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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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보도되던 소요는 하찮은 것이었다. 나는 상식을 믿는 사람이었고, 종교가 없었다. 생명이 태어나고 죽으면 그 육신은 한줌 흙으로 돌아간다. 영혼의 존재도 미심쩍거늘 죽음 이후까지 생각하라니. 사후세계만큼 허황된 이야기들이 없다. 그런 사후세계에 기대고 있는 종교가 내게 와 닿을 리가 없었다. 아내는 가끔 그런 나를 낭만 1g도 모르는 지독한 공돌이라며 비판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부정한 사후세계에서 영혼들이 돌아왔다. 자신의 이미 끝난 몸뚱이에 들러붙었다.
아니다, 영혼은 없다. 인류가 검증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등장한 모양이다. 죽은 몸들을 숙주로 삼았기에 숙주가 생명 없이 움직였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정부의 발표에 귀를 기울여…….”

바다에서부터 그것들이 기어올라오기 시작했음을 알았을 때, 공포영화를 좋아하던 아내는 아들을 재운 후 내게 기대어 몸을 떨었다. 그 어깨를 감싸며 나는 피식 웃었다.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 그게 가당키나 해?”
“정말로 좀비 바이러스 같은 게 있어서 좀비들이 살아서 올라오는 거면 어떻게 해?”
“어떻게 하긴? 그놈들 알아서 다시 뒤질 때까지 살아남으면 되지.”
“…좀비는 이미 죽어 있어서 안 죽잖아?”
“바이러스도 생명체에 가까워. 걔들도 증식해서 살아남는 게 목표라고. 시체에 기생해서 무슨 증식이 돼? 바이러스도 시체들에게서 영양소 다 빨아먹고 나면 죽을 거야. 시체가 썩어서 살점들이 탈락하기 시작하면 더더욱! 참 쓸데없는 걱정한다.”

그래도-라고 속삭이며 아내는 더더욱 몸을 기댔다. TV 뉴스 화면의 암울한 불빛이 아내에 얼굴에 긴 선을 남겼다. 그 긴 선에서 냉장고를 여는 아내 모습을 떠올렸다. 얼굴에 긴 선이 하나 비추어지면 아내는 냉기에 몸을 떨곤 했다. 냉장고의 작동 기제를 떠올리며, 나는 부연했다.

“봄이잖아. 날도 따뜻한데 얼마나 오래가겠어?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 부패가 급속히 진행될 테고, 곤충들도 많이 접근할 테고, 육탈肉脫하고 나면 이게 무슨 게임 속 세상도 아닌데 무너진 해골이 될 테지. 걱정하지 말아.

“좀비 영화 못 봤어? 걔들 해골 안돼. 물리 공격 외엔 안 죽어.”
“그건 잘 팔리라고 만든 영화고. 썩어서 자멸하는 좀비가 나오면 주인공들이 살아남으려고 싸울 이유가 없잖아? 영화는 영화고 쟤들은 썩을 거야. 안 썩을 리가 있나?”

학력 과잉의 세상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공통과학까지는 배웠으리라. 사소한 과학적 지식들이 아내와 나의 대화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뉴스에선 군부대들이 그것들을 격퇴하고 있다는 뉴스를 그저 덤덤하게 내보냈다. 그런 식이었다. 뉴스에서 보도된 소요는 그렇게 정말로 하찮은 것이었고, 그래도 올라오고 있다며 불안해하는 아내와는 달리 나는 크게 불안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된 아내의 불안에 결국 반년치의 식량을 사들였다. 나쁜 일도 아니었고, 그렇게 어려운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정부에서 사재기를 금지한 지 며칠 되었기에, 걸어서 갈 수 있는 집 근처 모든 대형 마트를 사흘에 거쳐 돌았다. 쌀과 라면, 물을 주로 사들였다. 모든 종류의 영화를 좋아했던 아내는 좀비영화를 봤던 기억들을 되살려 참치통조림과 햄통조림 중독자처럼 굴었다. 나는 아내를 존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지나가는 농담으로 개사료엔 관심이 없냐고 말했을 때, 아내는 좋은 제안을 들었다는 듯 시멘트 포대만한 걸로 개사료를 구입했다. 몹시 어이없어하는 나에게 아내는 말했다.

“책 안 봤어? 개사료는 안 상해. 약탈자가 빼앗지도 않아서 추천할만하댔어.”

이 여자 이런 면이 좋아서 결혼한 건 맞지만. 그때의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투덜거렸다.

“우리 아들이 안 먹으면 난 당신을 원망할 거야.”

아내가 맑게 웃었다.

-아내의 웃음이 사라지는 속도와 비슷하게, 그것들이 결국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