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미소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미리보기

나는 죽은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며 많이 울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아내와 아들의 장례를 동시에 치르는 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당시의 내 상태가 어땠는지 떠올려보면 그저 참담할 뿐이었다. 나는 눈이 붓고 목이 멘 상태로 장례식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며느리와 손자를 한 날에 잃은 아버지는 이따금 내 손을 부여잡으며 티슈로 눈가를 찍어냈다. 술에 전 상태로 장례식장에 도착한 장인어른은 차마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는다며 밥 대신 술만 들이켰다. 장인어른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테이블 앞에는 아내의 유일한 형제였던 처제가 앉아 있었다. 화장기 없는 처제를 본 건 처음이었다. 처제의 눈은 붉게 충혈이 되어 있었고, 입은 꼭 다물려서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꿈쩍도 안하는 처제를 대신해 내 누나가 괜스레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일을 거들었다. 한 구석에 자리한 아내와 아이의 영정 사진이 이 모든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진 속 아내는 웃는 듯 마는 듯 애매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함께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아내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그 미소를 참 좋아했었다.

아내는 참 예쁘게 웃는 법을 알았다. 아내의 미소는 천박하지 않았고, 여배우들의 것처럼 우아하고 단아했다. 웃는 듯 마는 듯 애매한 미소였다. 생전의 아내는 그 미소를 자주 보여주었다. 내가 처음 고백했던 날, 결혼하자고 청혼했던 날, 갓 태어난 재우를 안겨주며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봤던 날에도 아내는 그 예쁜 미소를 보여주었다.

죽은 날 아침에도 아내는 그렇게 웃고 있었다. 아니, 아니었다. 아내는 웃고 있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배웅을 하러 나온 아내는 가지런한 하얀 치아가 보일 정도로 활짝 웃고 있었는데, 무척 유쾌해보였다. 그때 나는 왠지 모를 불쾌함에 사로잡힌 채 현관문을 열고 출근길에 나섰다…….

생각해보면 그 불쾌함은 그날 아침 이후로 내내 가신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왜 그토록 오랫동안 불쾌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단지 아내가 죽었기 때문인가? 아내는 무척 그녀다운 죽음을 맞았다. 죽던 날 아침, 나를 배웅한 아내는 아들과 함께 장을 보러 가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만 엄마의 손을 놓친 아들이 선로로 떨어졌고, 아내는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다고 한다. 때마침 선로로 들어오던 전철이 아내가 다시 몸을 날릴 새도 없이 아내와 아들을 치고 지나갔다. 기자가 찾아와 사고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까지 담긴 작은 신문 기사를 냈고, 아버지가 그 신문을 가져다주었다. 헤드라인에 ‘아들을 구하기 위해 선로로 뛰어든 모정’이라고 박혀 있었다. 나는 신문을 끌어안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암으로 잃은 나는 내가 새로 꾸릴 가정에 대한 걱정이 컸다. 아내가 내 어머니처럼 나와 아이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아내는 아들을 구하려다 죽었다. 감동적인 모정이었다. 불쾌한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사건이었다. 나는 신문 기사를 오려내 가족사진 옆에 붙여두었다. 나와 늙은 아버지뿐인 집안에 오직 벽에 걸린 가족사진만이 아내와 아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사진 속 아내는 항상 스물일곱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내 얼굴에 주름이 잡히고 머리엔 새치가 늘어나도, 사진 속 아내는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