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 장르: 판타지, 기타 | 태그: #시간여행 #타임리프 #꼰대
  • 평점×1명 | 분량: 39매
  • 소개: 흔히 ‘꼰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김노인은 불만이 많다. 나 때는 안 저랬는데…… 옛날이 좋았지. 그런 김 노인에게 진짜로 과거로 돌아갈... 더보기

꼰대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꼰대

 

올해로 68세가 된 김노인은 화를 못 이기고 지팡이로 바닥을 몇 차례 찌르며 앞에 앉아있는 손자에게 호통을 내질렀다. 설이 되었는데 가족과의 소통 대신에 방에 틀어박혀 휴대폰에만 빠져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기껏 서울에서 여기 시골까지 왔는데 휴대폰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애미야, 폰 압수해라. 나때는 저런 눈 나빠지는 쇳덩어리에 현혹되는 놈이 없이 죄다 밖에 돌아다녀서 건강한데. 애는 벌써 눈이 나빠져서 안경이나 쓰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니?”

 

김노인이 고개를 돌렸지만 김노인이 부른 ‘애미’는 자리에 없었다. 대신 ‘애비’가 옆에 앉아서 대신 대답했다.

 

“아버지, 집사람은 지금 만삭이라 방에서 쉬고 있습니다.”

 

만삭? 임신했다는 뜻인가? 김노인은 문득 불쾌해졌다. 어린년이 어린 놈 때문에 어르신의 말을 무시해? 어쩐지 아들이 장가간다고 할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 오늘 자리에 일어나게 만들 걸 예상해서인 것 같았다. 김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만삭의 며느리가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으로 태교에 좋은 음악 모음집을 듣고 있었다. 김노인이 오자 며느리가 급하게 텔레비전을 끄고 몸을 일으켰다.

 

“아, 시아버지. 오셨어요?”

 

원래는 시아버지가 왔는데도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고 화를 내야 할 타이밍이었는데 며느리의 너무 빠른 대처에 화를 낼 타이밍을 놓쳤다. 그것이 김노인을 참을 수 없을만큼 화나게 만들었다.

 

“넌, 일어날 수 있구만! 일하기 싫어서 여기서 꾀병이나 부리고 있어? 나 때는 임신했어도 곧바로 밭 갈고 그랬어. 어디서 유세야!”

 

며느리는 이미 충분히 만삭이었지만 김노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였지만 그건 분명 살이 찐 것이었다. 라고 김노인은 생각했다. 김노인이 소리쳤다.

 

“이게 다 테레비니 스마트폰이니 하는 게 문제야. 라디오로 음악 들으면 되는 것 아냐? 이러니까 애가 이모양으로 크지.”

 

“그래도 이게 있으니깐 가끔씩 할아버지한테 통화도 하고 그러잖아요.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힘든데요.”

 

“너, 네 엄마가 할아버지 말에 따박따박 말대꾸 하라고 가르치든? 그런 게 편할 수 있어도 그게 어디 사람 사는 꼬라지니?”

 

김노인이 손자와 며느리를 번갈아 보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세상이 참 많이 나빠졌다. 예전에는 아무도 할아버지한테 반항을 못 했었는데. 7살짜리 애가 이렇게 할아버지 눈을 똑바로 보고 있으니 화가 치밀었다. 김노인이 지팡이로 손자의 허벅지를 때렸다. 손자가 울면서 뛰쳐나갔다. 김노인이 말했다.

 

“애비야, 얘 밥 주지 마라. 어디 어른 말씀하시는데 반항이야?”

 

“아버지!”

 

듣다 못한 아들이 김노인에게 소리쳤지만 좋은 대답이 올 이가 없었다.

 

“야, 너 서울서 살더니 아주 버르장머리가 없어졌다? 나가. 며느리 데리고 나가!”

 

아들은 속이 끓어올랐다. 아내가 임신 8개월임에도 아빠의 극성에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왔다. 어린 아들은 할아버지 보러 가기 싫다고 떼쓰는 걸 억지로 달래 데리고 왔지만 언제나 언제나처럼 같았다. 아들이 자신의 아들을 찾으러 나가자 김노인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방에서 며느리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김노인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아들 내외는 더 편하게는 사는 것 같지만 이건 인생이 아니었다. 어떻게 저렇게 살면서 산다고 말할 수 있지? 저렇게가 뭔지는 김노인 본인도 모르고 있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건 인생이라 부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노인은 바닥에 앉아 담배를 물고 눈을 감았다.

 

 

 

눈을 뜨고 나자 김노인이 본 것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김노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목이 가벼웠다.

 

“동굴?”

 

동굴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동물을 생으로 뜯어먹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의 옷차림도 김노인이 아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아니, 옷을 안 입고 있었다. 30여명의 나체의 사람들이 고기를 뜯어먹고 있었다. 김노인이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의 시선이 김노인에게 향했다. 사람들 중 하나가 피가 떨어지는 고기를 내밀었다.

 

“먹어.”

 

김노인이 뒤로 물러나 남자가 내민 고기를 피했다.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식사에 전념했다. 남자의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다. 그들은 맨손으로 고기를 헤집고 뼈를 부러뜨려 안의 골수를 먹었다. 김노인이 손을 뻗어 피 섞인 고깃덩어리를 찔러 보았다. 무슨 동물이지? 아쉽게도 김노인의 지식 안에는 없는 동물이었다. 확실한 건 피가 떨어지는 이 고기는 사람이 먹을 만 한 것은 아니었다. 김노인이 말했다.

 

“여기 불은 없나?”

 

김노인의 말에 혈거인들이 김노인을 노려봤다. 동굴 안 깊은 곳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떤 놈이 불을 말해!”

 

동굴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노인이 소리쳤다.

 

“멍청한 놈. 불을 쓰면 생활이 더 편해질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게 사람이 사는 인생이냐? 맨손으로 살아있는 동물을 잡아 쳐 죽여 그 고기를 나누는 것이 전사로서의 도리이거늘.”

 

“도구도 안 써요? 맨발로 뛰어서 동물을 잡는다고요?”

 

“도구? 너, 나보다 나이 많냐?”

 

화를 내며 소리치는 노인의 모습에 김노인은 무심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손은 노인의 것이 아니었다. 더 이상 김‘노인’이 아닌 김노인은 이마를 짚었다.

 

“여기가 어디지? 설마 과거인가?”

 

꽤나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일단 왜 과거로 왔는지 보다 급한 건 저 멍청이들에게 불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젊은 놈들이나 먹는 육회 같은 것 보다 훨씬 끔찍한 걸 먹으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다. 동굴 속의 노인이 외쳤다.

 

“저놈도 이제 다 나은 것 같으니 사냥에 참가시켜라. 원래 젊은 놈들은 고생 좀 해봐야 그런 편히 편히 살려는 생각들을 잊어버리는 거야.”

 

동굴 속의 노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기가 바닥이 났다. 동굴 속의 노인이 김노인을 보며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자, 벌써 식량이 다 떨어졌군.”

 

김노인은 반항하려 했지만 엄청난 덩치의 혈거인들이 김노인들 둘러싸 끌고 갔다.

 

“멍청한 놈. 어르신에게 반항을 해? 불만 있으면 네가 어른이 되든가.”

 

그들이 김노인을 끌고 간 곳은 넓은 초원이었다. 그들이 까마득히 멀리 있는 사슴을 가리켰다.

 

“저걸 몰아올 거야. 뒤로 돌아서 이쪽으로 몰아. 들켜서 도망치면 오늘은 굶는 거다.”

 

김노인의 입이 벌어졌다. 사슴은 한 마리가 아니라 한 무리였다. 거기에 그 한 무리는 김노인에게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리 보였다. 김노인을 끌고 간 남자가 김노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도, 처음이니 조금 쉬운 사냥감이다. 전사라면 맨손으로 하이에나 무리 정도는 물리칠 수 있어야지. 내가 네 나이 대에는…….”

 

‘미친놈.’

 

저 미친 혈거인이 맨손으로 하이에나를 물리쳤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힘들었다고 이 일이 안 힘든 일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원시인이라 그런지 상식이 전혀 없는 놈이다. 하지만 그들의 무서운 눈빛은 최소한의 반박도 못 하게 만들었다. 교양 없는 원시인들이니 반항했다가는 문자 그대로 찢어 죽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김노인은 혈거인들을 한 번 노려보고 사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사슴들은 김노인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쳤다. 김노인에게 꼰대질을 하던 남자가 김노인의 뒤통수를 때렸다.

 

“이 멍청한 놈아. 바람이 부는 방향을 등지고 가야지 그런 식으로 네놈 냄새를 풍기면 어쩌라는 거냐.”

 

김노인의 입이 벌어졌다. 그런 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리고 애초에 남자의 자리 선정이 나빠 고개를 들기만 해도 냄새가 날 수 있는 위치였다.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금 내 핑계 대는 거야? 그 정도는 말 안 해 줘도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냐? 어디서 이런 쓸모없는 놈이 돌아왔어.”

 

남자가 계속해서 김노인의 뒤통수를 때리며 중얼거렸다. 김노인이 팔을 들어 남자의 공격을 막으려 하자 남자가 김노인의 명치를 발로 찼다.

 

“어디 어른이 체벌하는데 대들어? 대들기는.”

 

남자의 폭행을 가만히 방관하고 있던 남자들 중 하나가 외쳤다.

 

“하이에나다!”

&n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