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그들이 지상에 나타난 것은 아이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이었다. 골목마다 서 있는 그것. 싸구려 스판덱스 코스튬 같은 하얀 우주복에 머리엔 360도로 온세상을 거울반사하는 헬멧을 뒤집...더보기
소개: 그들이 지상에 나타난 것은 아이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이었다.
골목마다 서 있는 그것. 싸구려 스판덱스 코스튬 같은 하얀 우주복에 머리엔 360도로 온세상을 거울반사하는 헬멧을 뒤집어 쓰고 나무처럼, 혹은 전봇대처럼 언제나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그것. 누구는 츄파춥스맨이라고, 누구는 잠수부라고, 대부분은 그냥 쉽게 우주인이라 부르는 그것.
누군가는 그것을 돈 많은 부호가 알려지지 않은 기술로 세계에 뿌려놓았다가 떡밥 회수 못하고 죽어 그대로 남게 된 어떤 광고의 부산물이라고 믿었고, 누구는 고도의 지능이 모종의 이유로 우리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믿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들의 형상 앞에서 사람들은 믿었다, 무어라도.
더러는 그것을 조우라고 불렀다. 조우 이후의 아이들 중에 신인류가 탄생할 거라고도. 기관은 기대에 차서 아이들을 선별했지만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일 뿐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리둥절한 채 시간들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날, 도서부 ‘비블리오비뷸리’에 밴드부 ‘리스토매니아’의 피아니스트가 찾아온다.
작가 코멘트
배경 음악 : Prelude No. 12. The duel – Rafal Blechac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