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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책 책말부록] – Q&A

19년 8월

핀란드는 19세기까지 거의 완전한 농업국가였습니다. 개떡같은 기후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7할이 농림업에 종사했고, 1900년까지도 국부의 절반은 1차산업을 통해 획득되었습니다. 동시에 산업화가 시작된 것도 19세기부터인데, 면직물 공업, 제지공업을 비롯한 경공업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 1830년대-1840년대 즈음이었습니다. 이 때 활약한 인물이 소설에도 나온 핀레이슨 제면소의 창업주인 제임스 핀레이슨입니다. 핀란드의 이런 산업 수요는 종주국이었던 러시아 제국에서 창출되었는데, 1차대전 직전 러시아의 종이 수요의 3분의 1이 핀란드에서 수출되었습니다. 1870년대에 이미 수출입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 내지 5분의 1이 되었으니 그만큼 노동자계급의 형성도 촉진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880년대에서 1890년대까지는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의 복지를 봐 주어야 한다는 의식하에서 이루어진 소위 “브리크트식 노동운동”이 두드러졌습니다. 이 움직임을 주도했던 가구기업가 빅토르 율리우스 폰 브리크트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1899년 핀란드 노동당이 창당되면서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양해와 선의에 의존하는 이런 노선과 결별하고 노동자 자신들만의 주체적인 계급운동에 나서게 되는데, 그 직후 상황을 본작의 제1권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https://eh.net/encyclopedia/an-economic-history-of-finland/

작중 드문드문 언급되어 있지만 정리해서 보자면 에리카 뉘캐넨은 검은 모발에 검은 홍채를 가지고 있습니다. 피리타 얘르벨래이넨은 갈색 모발에 녹색 홍채인데, 먼 조상 중에 켈트족 게일인 혈통이 있다는 뒷설정입니다. 퀼리키 뮐륄래는 은발에 벽안이고, 니나와 아르보 레흐톨라 남매는 금발입니다. 따로 언급되지 않은 인물들 중에는 올라비 오이비오는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 모발에 회색 홍채이고, 키흘스트룀 자매는 회색끼가 도는 갈색 모발에 갈색 홍채입니다.

작중 배경인 1905년-1906년 당시 1 마르카가 2016년 기준 물가로 환산했을 때 약 3.6 유로 = 4700원입니다. 에리카가 세탁소에서 받은 임금은 일급 기준으로 30 펜니 = 0.3 마르카로 설정했으니 1410원, 주급 8460원이 됩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1913년 4월 10일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에서 나온 “Ten-hour Maximum Working-day for Women and Young Persons”라는 보고서 등의 자료들을 참고했습니다만, 정확한 임금수준은 알 수 없어 상당히 임의적인 책정한지라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1혁명 中편에서 세탁노동자들이 일급을 40 펜니로 올려달라고 요구할 것을 결정하는 장면에서 보듯이(이 부분에서 각 부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토론해서 결정하는 부분은 『팔벨리야타르 레흐티』 1905년 11월호를 참조했습니다), 혁명 이전에 30 펜니였으면 타당한 책정이었으리라 여겨집니다.

핀레이슨에서 에리카가 받은 임금은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았지만 세탁소보다는 급여가 확실히 좋았을 것입니다. 노동시간은 아직 8시간 노동제가 확립되지 않은 시기인지라 10여시간, 때로는 그 이상이었겠지만 복지를 비롯한 다른 조건은 동시기의 다른 직장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좋았습니다. 작중 언급되었다시피 공장단지 안에 기숙사택, 병원, 도서관, 교회, 상호저축은행, 생협 등이 존재해서 거의 도시 안의 도시였을 지경이니까요. 어찌 보면 상술한 “브리크트식 노동운동”의 전형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탓에 핀레이슨 제면소는 핀란드에서 노동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탐페레시에 위치했음에도 작중 묘사된 것과 같이 노동조합 조직이 상당히 지지부진했습니다. 비슷한 경우로 미국의 허시 초콜릿이 있는데, 여기도 사장 밀턴 허시가 아주 선량한 메노파 종교인이라 가부장적 온정으로써 노동자들의 복지를 봐준 덕분에 강성노조가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분쇄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레흐톨라 집안은 에리카와 마찬가지로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그래서 실존하는 대기업들(노키아, 케미 등)에 댈 바는 아니지만, 나라 전체적으로 경제가 휘청이는 공황을 맞을 정도가 아니면 가세가 기울 일은 없는 중견기업 사장 집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사장님”들 정도일까요.

원래부터 1책(~ 원고지 1650매) 분량을 다 쓰면 한번 에피소드별로 통폐합할 계획이었습니다. 통폐합하기 전 회수가 80회 정도였는데, 이 추세로 완결까지 쓰면 800회를 넘어가게 되는지라 일찌감치 관리할 생각이기도 했고, 통폐합하면서 퇴고를 겸할 목적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1책 분량을 다 쓰면 회차 통폐합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키르시는 카이누 지역 휘륀살미 출신입니다. 현재도 인구가 2천 명을 간신히 넘는 촌구석입니다. 에리카는 키르시가 상경한 뒤 헬싱키에서 태어나 1905년 이전에는 헬싱키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습니다. 피리타는 헬싱키와 탐페레 사이에서 2:1 정도로 헬싱키에 가까운 해메 지역 리히매키 출신입니다. 현재 인구가 2만 8천 명 정도 됩니다. 퀼키키는 서카랼라 지역 톨바얘르비 출신인데, 여기는 2차대전 때 소련에 할양당해서 현재 러시아 땅입니다.

기본적으로 21세기의 위대한 산물 위키피디아를 이용해서 큰 그림을 보고, 핀란드 위키피디아에 주석으로 달려 있는 전거들을 2차로 참조해서 세부 사항을 파악합니다. 저도 핀란드어를 구사할 수 없기 때문에 번역기를 이용하는데, 뒤늦게 잘못 번역한 부분을 발견해서 곤란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영어 검색에서 필요한 자료를 다 얻을 수 있는 상황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팔벨리야타르 레흐티』를 비롯한 당대 자료들은 핀란드 국립도서관 홈페이지에 아주 잘 정리되어 있어서 그 덕을 볼 수 있습니다. OCR 기능이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OCR을 통해 인식한 핀란드어 텍스트를 번역기를 통해 해석을 시도합니다.

핀란드 국립도서관: https://digi.kansalliskirjasto.fi/etusivu?set_language=en

(핀란드 국립도서관 웹사이트에서 팔벨리야타르 레흐티 1905년 6월호를 열람할 수 있는 모습)

 

2016년 6월경에 핀란드 내전에 참여했던 여성적위대에 관해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핀란드 역사에 관해서라면 2차세계대전을 중심으로 한 밀리터리적 측면밖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그나마도 소수 밀리터리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더구나 만네르헤임 남작이 세번이나 구국했다는 영웅사관에 입각해 알려져 왔습니다. 때문에 핀란드 근대사에서 그것과는 대조적인 강렬하고 역동적인 민중사적 서사, 특히 여성 민중의 주체성을 발견하자 거기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한국에 널리 알려진 핀란드 근대사와는 사뭇 반대되는 이런 역사를 알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형식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평소에 좋아했던 일본의 야스히코 요시카즈 화백의 근대사 시리즈의 형식, 즉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가공인물들이 있고 그들이 실존인물들 및 실제 역사적 사건들과 조우해 나가는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구상만 해놓고 상당히 오랫동안 짬박아 두었는데, 아무리 격동의 근대사라지만 한 명의 인물이 이렇게 많은 역사적 사건을 현장에서 조우하게 된다는 것이 개연성이 있는지 스스로 의심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야스히코 화백이야 그것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는 관록이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러던 차에 그 생각을 뒤집게 된 계기는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에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이었습니다.

(2016년 12월 9일 국회 앞에서 직접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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