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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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면 눈뜬다연재 김종일 / 추리/스릴러, 호러일상적 분노가 만연한 사회에 대한 신선한 장르적 고찰정체불명의 사건 사고가 폭주하듯 끝없이 벌어지며 그 이면에 도사린 정체를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잠들면 눈뜬다』를 베스트 추천작으로 선정하였다. 초반부 이야기는 언뜻 ‘진상’이나 ‘빌런’으로 통용되는 어떤 인간 군상들을 중심으로 일상적 분노가 만연한 사회를 직관적으로 묘사하는 듯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한 악행을 벌이는 수행자들을 세밀하게 선택하고 조종함으로써 사건을 유발하는 배후가 있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며 궁금증을 더한다. 특히나 사건의 무대는 사람들이 일상적인 삶을 누리는 대중교통이나 마트, 영화관, 병원 등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작중 수많은 사건들이 더욱 밀접하게 느껴지면서도 아직 그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존재에 대한 장르적 고찰은 각종 심리학 이론이나 여러 용어들과 결부되며 신선함을 선사한다. 집요한 악의 배후, 그리고 그 존재로부터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무영, 아버지를 잃고 프로파일러가 된 예령 등 각자의 목적이 뚜렷한 이들의 각축전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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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수중단편 사마란 / 호러검은 호수에는 무엇인가가 있을까?아이를 습관적으로 폭행한 여자가 잡혀 온다. 가정 폭력이 명백한 상황 속에서, 다만 여자는 그것이 단순한 퇴마의식이라고 우긴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이 소설에서 무서워해야 할 것은 악령인지, 아니면 사람인지, 혹은 그 외의 것인지에 대해서는 영원히 빈칸으로 남겨지고, 그 빈자리에는 상상력에서 비롯된 공포가 차곡차곡 스며든다. 어마어마한 흡입력과 가지런한 문체는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영화 「잠」을 떠올리게 하는 전개와 결말이 충격적인 소설, 「검은 호수」를 베스트 추천작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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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중단편 묵독 / 호러, 일반#편집부가 추천하는 출판 작품우울증에 걸린 친구를 위로하러 간 그 날, 나는 생애 가장 끔찍한 일과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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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몽팀 김 대리의 파견 보고서 – 1중단편 김은애 / 판타지, SF“그렇다면 나의 복지는 어디 있는가?”신이 인간에게 주는 복지 혜택 중 하나로 ‘길몽’을 전달하는 길몽 팀은 최근 실적 저조로 인해 곤궁에 처한다. 이사장은 차라리 현세에 파견팀을 내보내 길몽을 꾼 사람을 직접적으로 도와서 실적을 올려보자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현세로 파견온 이 과장과 김 대리, 그리고 인턴은 2년 동안 은둔형 외톨이인 채 길몽을 꾸고도 복권 한 장 사지 않은 한 남자를 주시하게 되는데. 지난 편집장의 시선에 소개된 「길몽팀 김 대리의 파견 보고서」는, 길몽이나 흉몽에 관한 팀이 있고, 현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설정은 얼핏 흔해보이지만 실제 이야기는 보다 개성적이고 흡인력이 강한 작품이다. 짧은 이야기에 유머러스한 설정을 잘 담아냈고, 결말까지 재치있다. 소개된 이후, 연작 형태로 3편까지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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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없는 너의 세계는중단편 Xx / 판타지, 호러추억의 동요에 숨겨진 퍼즐 조각지나간 일이라고 묻어 두었던 기억이 갑작스러운 형태로 다시 나타나 마치 발목을 붙잡듯 따라다니는 것은 얼마나 소름 끼치는 경험일까. 「저녁이 없는 너의 세계는」의 화자는 평생 홀로 간직해 온 비밀을 독자에게 내밀하게 털어놓으며 유년 시절의 어두운 기억을 끄집어낸다. 숨바꼭질을 하던 중 실종된 9세 남아와 이 사건으로 막연한 죄의식을 느끼고 서로 멀어진 아이들, 시일이 흐른 후 무리 간의 암호나 마찬가지였던 동요가 거듭 확산되는 현상을 보며 커져 가는 의혹. 으스스한 괴담 같던 그 기억은 화자가 동요의 작동 원리에 대한 한 가지 가설을 세우자 새로운 색채를 띠며 감동적인 결말로 이어진다.